1월 20일, 밤 11시 부천역 앞. ‘EXIT'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대형버스 한 대가 부천역 광장에 서있다. “혼돈스럽고 위험한 현실로부터의 탈출구를 뜻한다”
들꽃청소년세상 변미혜(38) 센터장의 설명이다. “막차 시간이 다가오면 집으로 못 가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 중에는 부모의 방임이나 학대로 가출한 아이들이 다수이다.
죽지 않으려고 집에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
1994년부터 가출청소년 8명과 그룹홈을 만들어 거리청소년들과 소통을 시작한 사단법인 들꽃청소년세상.
2008년부터 주 2회 거리에서 10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1년에는 현대자동차와 이제석광고연구소의 도움으로 ‘상담버스’를 마련하고 버스 디자인을 제작받았다.
목요일은 안산 중앙역에서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금요일에는 부천역에서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상담버스가 10대들을 맞이한다.
‘상담버스’라고 하지만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활동가들과 따뜻한 밥을 먹고, 마음 편하게 쉬는 것. 상담도 수다떨기가 전부이다.
청소년들은 이곳에 와서 ‘삶이 재미가 없다’, ‘어떻게 살아야할 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변 센터장은 “청소년들은 꼭 엄마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대화를 원한다.
세 달가량 서로를 알아가는 준비를 하고나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 친구가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가를 알게 된다. "갈 때가 없을 때는 쉼터와 연계를 해주기도 한다"며
하지만 쉼터를 탈출해서 다시 상담버스로 오는 친구들도 있다.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검찰청 통계에 의하면 가출청소년은 22,287명(2009년 자료)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 10만 명이 거리로 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리에 사는 청소년은 여러 어려움을 만난다. 잘 곳이 없거나 하루 한, 두끼밖에 먹지 못하는 일도 흔하다.
친구들 집을 전전하거나 모텔방을 잡아서 사는 청소년들도 많다.
아무것도 없는 청소년들은 길거리에서 자다가 실제로 노숙자가 되기도 한다.
교육청에서도 ‘위(We) 클래스’와 같은 상담교실을 열고 있지만 아직 효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변 센터장은 “소위 ‘찍혔을 때’ 가는 곳이 상담교실이다.
그러다보니 획기적으로 즐거운 프로그램이 아니면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부천, 안산에서 만난 청소년 70%가 가출상태였다는 변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돈만 중시하고 공부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꿈을 못 찾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기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 한다고 느끼고 갈급증이 생겼다.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을 만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보통 청소년은 삶의 시나리오가 다 정해져 있다. 자기 스스로 행동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삶에 대한 질문이 가능한 사회가 건강하다”며 사회의 변화를 촉구했다.
상담버스에서는 청소년의 자율을 중시해서 스스로 주인이 되는 활동을 펼치도록 돕고 있다.
변 센터장은 “친구집들을 전전하던 한 청소년은 3주 동안 다른 청소년들에게 클럽춤을 가르치기도 했다”며
성취 경험의 축적이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청소년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
자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표독스럽던 표정이 애기같이 변화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순수한 청소년들은 흡수력이 빠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지원/ 여성신문 기자 (gkr2005@womenne.co.kr)
2012.1.26
출처: 여성신문 http://www.womennews.co.kr/news/52283#.VAgKJyoc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