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모양(18)의 부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벌였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들어와 한양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관심이라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 뿐이었다.
키우던 강아지의 위로가 전부였다. 결국 한양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배가 고팠다. 잘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긴 싫었다.
몸을 맡길 곳은 찜질방, 피시방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돈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원한 대가는 한양의 성이었다.
성매매를 시작한 한양은 집으로 돌아갈 의지를 잃었다.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불안했다.
한양의 사례는 전형적인 청소년 성매매의 악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2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 청소년들이 집을 나오고,
빈곤에 시달리다 성매매에 유입되는 것이 청소년성매매의 일반적인 경로다.
◇가정폭력→가출→생계 빈곤→성매매
가정폭력 피해경험은 청소년의 성매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호자 없이 실질적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생계형 성매매’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원의 연구결과, 청소년이 성매매에 이르기까지는
가출로 인한 생계비 마련이 가장 큰 요인으로 조사됐다.
2순위는 주변 친구들의 권유나 부탁,
3순위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으로 나타났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10대 청소년들은 가출하면 갈 곳이 없어
성매매 유혹에 노출될 확률이 100%"라며
"대책 없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 성매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에서 단속,
여성가족부에 통보한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수는
지난해 49명에서 올해 72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23일 현재까지의 통계다.
◇악순환 끊으려면.. 청소년 성매매 방지 정책은?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여가부를 필두로 한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당사자인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여가부는 2012년 3월부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수를 유인하는 등의 성범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9월까지 신청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신청 절차가 간소화된 지난해 9월 이후로 13건이 접수됐다.
이 중 4건에 대해서는 포상금이 지급됐다.
여가부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거나 유인해 성매매를 강요·알선하는
경우에 대해 수사기관에 신고해 기소·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신고자에게 70~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을 위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아웃리치 상담 등을
지원하는 사이버 또래상담 사업도 운영되고 있다.
전문 상담가 2명과 또래 상담 봉사 청소년 5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올해에만 723명의 성매매 피해자가 상담을 받았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성매매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위한 제도다.
성매매 피해자에게 숙식, 취학·교육 등을 지원해 탈 성매매를 유도하는
지원 시설도 전국에 15개소 운영되고 있다. 상담, 의료·법률 지원, 취업정보 제공 등의 도움을 주는 곳이다.
28일부터 성매매방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21세까지 이 시설에 입소할 수 있게 된다.
김재련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피해자들을 만나 상담하면서
청소년들이 굉장히 많이 성매매에 노출돼 있고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것을 체감한다
"며 "무엇이 성매매인지에 대해 알고, 성매매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인식개선과 예방교육이 함께 이뤄져 청소년성매매 비율이 점점 줄어들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출처- 머니투데이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92315023973937&outlink=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