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들 “교육부 ‘학교 성교육 표준안’ 현실과 동떨어져” 비판

등록일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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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보건교사 207명 조사 “보건교과 내용보다 후퇴” 지적

여성·청소년단체 “2년 이상 6억 연구비 들인 성교육 표준안, 성차별적이고 인권 침해 심각”

“금욕 강조, 여성의 성을 임신·출산 위한 것으로 서술… 즉각 철회해야”

일선 초중고 보건교사들도 교육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지금의 보건교과서 내용보다 후퇴해

학생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 교육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철회를 위한 연대회의’는 초중고 보건교사

207명을 대상으로 6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현이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기획부장은 “교육부가 학교 성교육 표준안 준수 여부에 대해

학생 대상 평가를 실시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보건교사들은

교육 검열이자 교육권 침해라는 의견을 보였다”며 “

현재 학교측은 전국의 청소년 성문화센터가 체험형 성교육을 요청할 때 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배치되는 내용을 다루지 말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면서 성교육 전문기관이나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보수단체와 동성애 등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반대하는 집단의 입장만을 받아들여

이같은 표준안을 내놨다는 게 여성·청소년·인권단체의 시각이다.

박 부장은 “연구진은 성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낮고 성인지적 관점도 부족했다”며 “

학교 성교육 표준안 교사용 지도서를 분석해보니 10대를 성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금욕을 강조해 성적자기결정권은 다루지 않을뿐 아니라 성소수자 배제 등 성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잇을 활동가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성평등 감수성을 길러주지 못할뿐 아니라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과 성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성을 임신, 출산을 위한 것으로

서술하고 성적 다양성과 다양한 가족 형태도 배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나영정 활동가는 성교육 표준안이 국제 인권 기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나 활동가는 “성 정체성과 관련된 정보를 비롯해 학생에게 필요한 정보를 없애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되레 학생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우려가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공신력이 없는 반성소수자단체의 의견만을 반영하고 편파적으로 만들었다”며 “

우리 정부가 국제적으로 비준한 아동권리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등을 어겼다는 점에서도 지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교육부가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6억의 연구비를 들여 내놓은 국가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시대를 역행하고 인권침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청소년의 건강권, 정보권, 교육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국제인권단체의 공개서한을 비롯해 인권단체,

여성·청소년 성교육단체 등의 민원이 이어졌는 데도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여전히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고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회의는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만든다면서 이미 20년 이상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교육 전문가들과 이해당사자의 의견 대신

일부 보수단체와 성소수자 인권을 반대하는 단체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며 “

그런데도 국가 수준의 표준안으로 부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연대회의는 “성교육 표준안에 따라 진행되는 교육 계획, 교원 연수, 시범학교 운영, 연말 평가 등

모든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며 “특히 소중한 국가 자산으로 연구한 성교육 표준안이

사회적인 파장을 낳고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데다 일선 성교육 현장에 치명적인 혼란을 일으킨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황우여 장관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24일 오전 10시 서울시NPO지원센터 주다 교육장에서

‘2015 교육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철회를 위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연대회의는 가족과성건강 아동청소년상담소, 경기도위기청소년교육센터,

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대구지역성교육협의회,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장애여성공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 탁틴내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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