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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평등가족부 X 조진경 대표 │ 성착취는 범죄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성매매의 진실
    등록일2026.09.30
    조회수247
  • 성착취는 범죄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성매매의 진실

     

    조진경 대표(십대여성인권센터)

     

    성매매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익숙한 방어기제와 마주하곤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아니냐", "어차피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면 필요악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와 체념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현장에서 성착취 피해자들의 삶을 

    마주해 온 활동가로서 단언하건대, 성매매는 결코 사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도,

    대등한 계약 당사자 간의 거래도 아닙니다.

     

    성매매는 돈을 가진 자가 돈이 필요한 자의 취약성을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구매하고 조작할

    권력을 획득하는 구조적 폭력이며, 그 본질은 지속적인 성폭력이자 광의의 인신매매입니다.

    성폭력이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제로 당하는 상태라면, 생존과 빚의 굴레 속에서 자신의 몸을

    내어주어야만 하는 성매매는 구조적으로 설계된 만성적 성폭력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몸은 결코 자본의 논리로도, 시장의 거래 목록으로도 대체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성폭력과 인신매매, 그리고 성매매를 각기 다른 사안으로 다루어 온 관성부터

    되짚어보아야 합니다. 이 세 문제는 서로 무관한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취약한 사람의 몸과

    자유를 힘 있는 자가 통제한다'는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입니다.

    성매매를 시혜적 시선이 아닌, 안전과 인권의 문제로 정면에서 다루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가가 방조하고 번성시킨 착취의 역사

     

    한국 성산업의 비정상적인 팽창은 개인의 일탈 때문이 아니라, 국가폭력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왔습니다. 일제는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으로 한반도에 공창제를

    이식했고, 이는 전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체제와 구조적 뿌리를 공유합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군 주둔지 주변에 형성된 기지촌에 대해, 군사정권은 미군 철수를 막고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명목으로 국가 차원의 정화 대책을 추진하며 성매매를 공공연히

    조장·관리했습니다. 1969년 '닉슨 독트린'으로 주한미군 철수 위기가 닥치자, 1970년대 초

    청와대 주도로 '기지촌 정화대책'을 세우고 ‘미군 위안부’ 여성들을 '달러를 벌어들이는 애국자

    (산업역군)'로 교육하며 낙검자 수용소(몽키하우스) 강제 격리 등 국가폭력을 자행했습니다.

    말 그대로 국가가 스스로 성산업의 포주 역할을 자임했던 셈입니다. 그 후에도 군사정권은

    권력 유지를 위해 유흥산업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했고 성매매는 기업 접대 문화로까지

    일상화되었습니다.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그대로 둔 채, 생계에 내몰린

    여성들만을 '윤락녀'로 낙인찍고 처벌했습니다. 2000년과 2002년 군산 개복동·대명동

    화재 참사에서 쇠창살에 갇힌 채 숨져간 여성들의 비극은 노예적 감금 성매매의 참혹한 실태를

    세상에 폭로했고, 비로소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이 법 역시 '자발과 강제'라는 이분법을 남겨두어,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내지 못하면 범죄자로 취급되는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현대 성착취

     

    과거의 성매매가 특정 집결지 골목이나 유흥가에 갇혀 있었다면, 오늘날의 성산업은 AI와 메신저, SNS, 

    온라인 게임, 메타버스로 전면 확장되며 착취 대상을 극단적으로 저연령화시켰습니다.

    실제 현장 상담 데이터를 보면, 초등학교 4~5학년인 10~11세 아동조차 일반 채팅 앱은 물론

    채팅 기능이 탑재된 게임과 메타버스 공간에서까지 무차별적인 성착취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착취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명확한 단계를 거쳐 계획적으로 자행됩니다. 친밀감을

    쌓으며 선물로 환심을 사는 온라인 그루밍, 호의를 빌미로 한 사진·영상 요구, 요구에 응한 순간

    돌변하여 유포를 협박하는 심리적 지배, 삭제해주겠다는 거짓 약속으로 강요하는 가혹한 촬영물

    제작, 그리고 마침내 이를 무기로 오프라인에서 성폭행하거나 성매매를 알선하는 마지막 단계에

    이릅니다. 이 과정은 가상공간의 범죄와 현실의 성폭력·성매매가 결코 쪼개어질 수 없는

    하나의 사슬임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2020년 온 사회를 뒤흔든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사건은

    이 사슬이 산업화된 극단적 형태였을 뿐입니다.

     

    이 거대한 착취 구조 앞에서 "스스로 응했다(동의했다)"는 말은 가해자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해 줄 뿐입니다. 2020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처벌 대상이던

    '대상 아동·청소년' 조항을 삭제하고, 자발과 강제의 구분 없이 성매매에 유인된 모든

    아동·청소년을 '피해아동·청소년'으로서 국가의 온전한 보호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이 착취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지난한 입법 투쟁의 결실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했던 한 사례가 이 구조를 여실히 증명합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성인

    남성으로부터 매일 다정한 안부 문자와 기프티콘을 받던 한 십대 여성 청소년은, 어느 날 사진

    한 장을 보내달라는 부탁에 못 이겨 응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상대는 돌변해 유포를 협박하기 시작했고, 

    지워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더 가혹한 영상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결국 이 영상은

    성폭행과 성매매 강요의 덫이 되었습니다. 물리적 폭행이나 감금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거의 법과 수사 관행은 이런 피해자를 자발적 가담자로 치부해 왔지만, 이것은 명백히 고도화된 디지털 인신매매입니다.

     

    '성노동 합법화'라는 위험한 환상

     

    여전히 일각에서는 성매매를 직업으로 공인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2002년 성매매를

    합법화했던 독일의 현실은 이러한 주장의 허구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합법화 이후 독일은

    유럽 최대 규모의 성산업 국가로 변질되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 현지 언론 취재에 따르면

    하루 100만 명 안팎의 남성이 성구매를 위해 업소를 찾았고, 49~99유로의 정액 요금만 내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이른바 '플랫레이트(flat-rate)' 업소까지 난립하여 이후 독일 정부가 이를

    규제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2017년 성매매자보호법 시행으로 등록제가 도입되었으나, 독일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공식

    등록된 성매매 종사자는 연간 2만~3만여 명 수준에 그쳐 실제 수십만 명으로 추정되는 규모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등록자 중 자국 여성은 20% 안팎에 그치며, 대다수는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등 동유럽 출신의 취약한 이주 여성들로 채워졌습니다. 합법화가 노동권과

    사회보험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대형 업소 포주들에게 합법적 사업가 행세를 할 날개를

    달아주었을 뿐이며, 취약한 이주 여성을 가장 값싸게 소모되는 자원으로 전락시켰을 뿐입니다.

    성구매 남성에 대한 처벌 없이 세수만 거두어들이는 구조 속에서, 국가는 결국 거대 성산업의

    관리자이자 합법적 공모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수요를 차단해야 공급이 멈춥니다: 노르딕 모델의 길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1999년 스웨덴이 세계 최초로 도입하고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등이 뒤이어 채택한 '노르딕 모델', 즉 성구매자와 알선자는

    엄벌하고 성판매자는 전면 비처벌·지원하는 체계로의 전환입니다. 성매매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취약한 여성의 존재가 아니라 남성의 구매 수요와 이를 거대한 이윤으로 바꾸어내는

    알선 카르텔에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8월, 십대여성인권센터와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등이 공동주최한 국제세미나에서

    스웨덴 외교부 수네손 반인신매매대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법이 시행된 지 20여 년이 지나며

    스웨덴에는 새로운 세대의 남성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돈으로 성을 사는 행위를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행위로 생각한다." 이 말은 곧 법과 제도가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견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언입니다.

     

    이를 위한 우리의 실천 과제는 분명합니다. 성구매자와 알선 세력에 대한 무관용 처벌 원칙을

    세우고, '자발성'이라는 기만적 잣대를 걷어내어 성매매에 유입된 모든 이를 피해자로 인정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불어 주거·생계·의료·법률·심리치유가 결합된 탈성매매 자립

    안전망을 대폭 확충하고, 아동·청소년이 일상을 보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성착취 방지

    모니터링 책임을 강력히 부과하는 법제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인간은 사고팔 수 없습니다

     

    성매매는 가장 오래된 직업이 아니라, 가장 오래 지속되어 온 가부장적 폭력의 유산입니다.

    빈곤과 차별에 취약한 여성과 아동의 몸을 도구화해야만 유지되는 사회는 결코 안전할 수도,

    성평등할 수도 없습니다.

     

    일상에서의 실천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성매매를 당연시하는 남성들 간 연대의 농담이나

    "어쩔 수 없다"는 체념에 단호히 제동을 거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 마련된 

    성매매 피해 상담소와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쉼터의 문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주변에 위기에 놓인 이웃이 있다면 따뜻한 손을 내밀어 연결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구매자를 명백한 착취자로 규정하는 법 개정에 우리 사회 전체가 한목소리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오랜 침묵을 깨고 분명하게 선언해야 합니다. 성착취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그 아픈 진실을 똑바로 직시하는 일에서부터 비로소 인간의 존엄과 진정한 인권이 시작됩니다.



    게시 날짜 : 2026년 9월 28일

    출처 : 성평등가족부 블로그 (https://blog.naver.com/mogefkorea/224424745750?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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