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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 아동·청소년 ‘피해자’로 보호하라는 법… 여전히 ‘피의자’ 취급하는 경찰
    등록일2021.09.28
    조회수63
  • '제재보다 보호.' 지난해 11월20일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라 성매매로 유입된 아동·청소년은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규정됐다. 아동·청소년이 성매매를 할 경우 소년부에 송치하는 등 처벌하는 대신 상담 등을 통해 일상으로 회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아동·청소년은 설령 성관계에 동의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진정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가 아닐 수 있는 만큼 처벌·교정 관점이 아닌 지원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 시행 후 약 10개월이 지났지만, 수사기관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여전히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아동·청소년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성매매에 유입되더라도 이를 신고하지 못하고 성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등 아동·청소년을 성매매 굴레에 빠지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조사에 극심한 공포 느꼈지만…미성년자 고려 않는 경찰

     

    "옷 갈아 입는데 무슨 한 시간이 걸려, 이 씨."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성매매를 하려던 A(18)양은 지난 6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성매매 여성을 잡기 위해 경찰이 성 매수자로 위장했던 것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양이 미성년자라는 것을 알았지만, 고압적인 태도는 계속됐다. 당황한 A양이 손을 떠느라 옷을 갈아입는 데 시간이 걸리자 경찰 중 한명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짜증을 냈다. 또 A양에게 그 자리에서 진술서를 쓰도록 했다. 경찰관 4명이 자신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진술서를 쓰려던 A양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고, 급기야 온몸을 떨며 과호흡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A양이 "가지고 있는 신경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경찰들은 신경을 쓰지 않다가 한참 후 A양의 증세가 악화하자 비로소 약을 먹게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A양은 자신의 상황을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아청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부모 등)일지라도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동석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경찰은 A양의 부모에게 A양의 성매매를 알리고, A양의 부모가 있는 지방으로 이동해 부모가 참석한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진행했다. A양은 이동 과정에서 불안 증세로 구토하기도 했다. 


    아청법에 따라 A양은 피의자로 입건해선 안 되지만, 경찰은 A양을 피의자로 입건해 피의자신문조서까지 작성했다. A양은 “엄마가 옆에서 들으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경찰은 “엄마가 듣는 게 원래 맞다. 당연히 들어야 한다”며 조사를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이같은 경찰의 행동이 A양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센터는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경찰들의 무지한 행태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위해를 가했고,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도 정신적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법률을 알지 못했다는 건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명확한 조사를 통해 잘못을 지적하고 징계를 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개정 이전 법률을 적용해 A양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가 취소하고 피해자로 전환한 사실은 맞다”면서 “인권위 조사가 시작되면 협조하고 그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성매매 아동·청소년은 피해자인 구조”

     

    전문가들은 현재 사회구조에서 성매매 아동·청소년은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최근 ‘제주지역 성매매 피해 청소년 실태와 지원 방안’ 보고서에서 “성매매 피해 청소년 대부분은 가족을 비롯한 보호자의 경제적, 정서적 지지기반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가출팸’을 구성해 생활하며, 먼저 가출한 친구나 선후배가 알선자일 확률이 높고 성매매 구매자와 알선자의 조직 내에서 성적 착취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4월 불거졌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아동·청소년을 성착취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었다. 성매매 아동·청소년은 성 매수를 강요당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그루밍범죄 등에 노출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향후 건전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청소년이 성 착취를 하도록 만드는 구조의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찰이 성 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고발된 혜화경찰서 소속 경찰관 B씨를 수사 중이다. B씨는 온·오프라인 성착취 가해자를 신고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피해 아동에게 2차 가해를 하고, 가해자 수사에는 소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청소년의 성매매는 성적 학대로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고, 성매매 청소년은 피해자로 보기로 법이 개정됐지만 경찰은 여전히 보호해야 할 아동·청소년을 입건하고 신체 구금하는 등 과거와 달라지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속 과정도 매우 폭력적”이라며 “성매매 아동·청소년이 발견되면 안전한 장소에서 피해자로서 간단히 조사를 받도록 하고, 관련 센터 등에 연락해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시날짜: 2021-09-17

    출처: 세계일보 (사회) 유지혜 기자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916519102?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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