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란
  • 뉴스클리핑
  • 성매매란
  • 뉴스클리핑
  • n번방엔 갓갓, 도박방엔 ‘평경장’ 있었다
    등록일2020.05.22
    조회수54
  • 박사·갓갓이 쓴 수법 ‘원조격’


    지난 3월19일 한 오픈 카카오톡 방(오카방)에 40~50개의 성착취 영상이 올라왔다. 곧 성착취 영상 옆에 붙은 숫자 600이 빠르게 줄기 시작했다. 600여명 이 오카방 회원들이 하나씩 들어와 성착취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회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이 방의 운영자 ‘야동엽’이 불법도박 가운데 하나인 ‘오늘의 사다리 프로젝트’ 결과를 공지했다. ‘01차 프젝: +194만원 수익, 03차 프젝: +388만원 수익, 04차 프젝: +097만원 수익, 05차 프젝: +288만원 수익, 06차 프젝: -200만원 손해.’ 불법도박 사다리 게임 ‘프로젝트’별로 전체 회원들에게 저만큼의 손익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야동엽은 이렇게 말했다.

    “금일 7차 사다리 프로젝트 진입합니다. 오늘 처음 오신 분들은 영상 잘 보시고요. 같이 하시는 분들은 대기하세요. 우리 방에서는 이렇게 높은 적중률로 스포츠&사다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진입 가능하며 ‘시간과 장소’ 구애받지 않고 진행해서 수익을 보실 수 있는 종목입니다. 용돈벌이 겸 함께 수익 내실 분들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시고 여유 되시는 선에서 수익을 보실 수 있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오카방은 야동엽이 운영하는 ‘메인방’이다. 성착취 영상으로 회원들의 눈길을 끌고, 회원들이 들어오는 걸 확인한 뒤 도박 ‘픽’(베팅할 곳을 정해주는 행위)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프로젝트별로 얼마만큼의 손익이 발생했는지 알린다. 대략 5분 간격으로 이런 절차가 무한반복된다. <한겨레>가 지난해부터 야동엽의 활동을 추적해온 ‘십대여성인권센터’ 모니터링팀과 함께 살펴본 결과, 지난 2월의 어느 날에는 야동엽이 불법도박 참여자를 모으기 위해 하루 동안 무려 1373개에 이르는 성착취 영상을 메인방에 올리기도 했다.


        
    “텔레그램 엔(n)번방 난리났던데, 여기도 난리남??”

    “님들 여기서 이런 거 보다가 잡혀가요.”

    “ㅋㅋㅋㅋ ×까고 있네, 이 방을 3년째 하고 있는데 ㅋㅋㅋ”

    텔레그램 성착취 세계에 ‘박사’ 조주빈(24)씨와 ‘갓갓’ 문형욱(24)씨가 있었다면, 성착취와 불법도박이 공생하는 ‘유사 소라넷’에는 야동엽이 있다. 야동엽은 오카방을 여러 개 운영하며 성착취 영상을 공유했다. 박사 조씨가 검거되고 엔번방 전체 회원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야동엽의 오카방 가운데 하나인 ‘엽이의 젖은○○방’ 회원들이 불안해하자 야동엽은 이를 가볍게 비웃었다. 사회적 공분과 경찰의 총력 검거 방침따위 아무렇지 않다는 투였다. 그날, 야동엽은 수백개의 성착취 영상을 오카방에 올렸다.


    _________
    홍보 직원까지 동원한 ‘총판’ 야동엽

    야동엽은 박사방 공동 운영자인 ‘태평양’ 이아무개(16)군처럼 불법도박 사이트의 ‘총판’으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총판은 복수의 투자자로 구성된 불법도박 사이트 ‘사장’들과 이들에게 지원금을 받으며 활동하는 ‘대총판’들 밑에서 사이트 홍보와 모객을 책임지고 회원을 모은 뒤 가입자 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 직책이다. 야동엽은 홍보팀 직원까지 고용해 불법도박 사이트를 홍보하고 회원을 모집했다. <한겨레>와 함께 야동엽의 오카방을 살펴본 불법도박 사이트의 ‘대총판’ 이아무개(30)씨는 “야동엽의 오카방에서 집중적으로 성착취 영상을 올린 사람 가운데 ‘서비스센터’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가 있는데, 서비스센터는 총판 야동엽이 고용한 불법도박 사이트 홍보팀 직원으로 보인다”며 “서비스센터가 성착취물을 올리면 곧이어 야동엽이 사다리게임 베팅이나 ‘픽’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알리거나 현금 다발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는데, 이는 성착취 영상으로 사람들을 모은 뒤 돈을 자랑하는 방식으로 도박을 홍보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야동엽이 성착취 영상을 유통하는 이유는 갓갓, 박사와는 달랐다. 텔레그램에 엔번방을 개설한 갓갓 문씨는 그저 인터넷상에서 ‘네임드’(이름이 알려진 사람)가 되고 싶어 성착취 영상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수익 모델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박사 조씨는 문씨가 만들어둔 엔번방에 등급별 요금 체계를 만들고 150만원의 고액 입장료를 받는 등 철저히 수익을 추구했다. 야동엽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불법도박의 세계로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착취 공유 오카방을 활용했다.

    야동엽은 박사 조씨처럼 단계별로 오카방을 나눠서 운영했다. 첫번째 관문은 무료로 성착취 영상을 볼 수 있는 ‘서브방’이다. 서브방들은 ‘벗방’(옷을 벗는 인터넷 방송) 사이트 댓글창에서 집중적으로 홍보됐다. 카카오톡에 ‘걸걸’, ‘버버’ 등 의미없는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라고 알려주고, 실제로 검색하면 서브방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야동엽은 서브방에 입장한 이들에게 ‘열심히 활동하면 메인방에 초대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메인방에선 오프라인 만남으로 성매수 등을 알선해주고, 이들이 ‘브이아이피(VIP) 자료’라고 부르는 잔혹한 성착취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야동엽이 얘기하는 ‘열심히 활동’은 다름이 아니라 각자가 소지하고 있는 성착취 영상을 서브방에서 공유하는 것이다. 서브방 회원들은 메인방에 입장하기 위해 성착취물들을 경쟁하듯 올렸다.

    엔번방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까지 야동엽은 이런 방식으로 오카방들을 운영하며 많게는 하루 1000개가 넘는 성착취물과 불법촬영 영상들을 배포했다. 그가 공유한 영상 가운데는 갓갓과 박사처럼 피해 여성의 신체에 ‘야동엽’이란 닉네임을 새기고 찍은 영상과 사진도 20개 이상 된다. 20여명의 피해자들 가운데 다수는 청소년으로 추정된다. 야동엽은 방 가입자들에게 이런 피해 여성들을 “분양”하겠다며 “1:1 화상채팅도 가능하다”고 말하며 키득댔다.


    _________
    경찰 수사 비웃으며 기민하게 대응

    지난달 23일 <한겨레>가 불법도박 사이트 회원을 가장해 야동엽에게 메인방 입장을 문의했다. 야동엽은 취재진을 잔뜩 경계하며 “마지막에 있었던 방이 어딘지 말하라”고 요구했다. 야동엽은 이전에 같은 내용을 문의한 십대여성인권센터 모니터링팀과의 대화에서 우선 “○○○도박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걸 인증하라”고 요구했다. 야동엽은 이어 “브이아이피 자료를 볼 수 있는 (메인)방에 초대받으려면 5번방(불법도박 사이트 베팅방)에서 진행했던 수익 종목에 참여해야 한다”며 “가입한 뒤 사이트만 둘러봐도 된다”고 말했다. 메인방으로 들어가려면 불법도박 사이트 가입이 필수라는 것이었다. ‘중독’ 문제 전문가인 인천 참사랑병원 원장 이계성 교수는 야동엽의 이런 행태에 대해 “성적 충동을 제공해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상태에서 도박으로 유인하는 메커니즘으로 보인다”며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자극해 도박 영업을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인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동엽은 평소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야동엽은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오카방에 가끔 ‘비밀번호’를 거는 방식으로 검색을 막기도 했다. 불법 키워드 추적과 신고 기능이 있는 카카오톡의 특성 때문이다. 엔번방들에 견줘 방을 새로 만들고 이사하는 주기도 짧았다. 십대여성인권센터 모니터링팀은 “야동엽이 유포한 성착취물의 영상 비율을 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20%,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과 몸 등을 합성하는 기술) 영상 20%, 불법촬영물 20%, 성착취물 추정 영상 20% 등으로 다양했다”며 “야동엽은 방을 생성했다가 폭파하거나 이사를 공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지난해 12월 이후 올해 3월까지만 보더라도 ‘고급스런 ○○방, 젖은 ○○방, 5테라바이트(TB)영상저장소, 모두의 맛집, 만남의 광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야동엽은 십대여성인권센터가 관련 내용을 지난 2월 말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가 시작되자 최근 자취를 감췄다.


    _________
    성착취-불법도박 세계의 갓갓, 평경장

    야동엽이 텔레그램 성착취 세계의 박사와 같은 존재라면, 엔번방을 개설한 갓갓처럼 성착취 영상을 매개로 회원들을 모아 불법도박을 홍보하는 방식을 처음 시도한 인물도 따로 있었다. 복수의 성착취 피해자 지원단체 활동가들은 “갓갓, 박사, 야동엽 이전에 ‘평경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피해 여성을 물색해 아르바이트 제공을 미끼로 신상을 털고, 협박과 강요로 성착취 영상을 촬영해 이를 수백, 수천명의 회원들이 있는 방에 유포하는 박사나 갓갓의 수법은 애초 평경장에 의해 2017년 초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평경장은 성착취 영상을 공유하는 ‘빨간방’을 운영하고, 불법도박 사이트와 성착취물 유통 사이트까지 운영했던 기업형 성착취범의 시초다. 경찰의 대대적인 엔번방 수사 이후 지금은 잠깐 주춤하지만, 평경장은 한때 15개 이상의 성착취-불법도박 공생 카톡방들을 운영했다.

    지난해 4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활동가가 평경장에게 ‘빨간방’ 가입을 문의한 적이 있다. 평경장은 “제가 사용하는 온라인 베팅 사이트 가입추천 정도만 해주신다면 365일 언제든 무료로 보실 수 있으며 모든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사이트를 알려주겠다”며 한 불법도박 사이트 주소와 ‘가입 코드’를 알려줬다. 평경장 역시 총판으로 일했음을 알 수 있는 증거다. 사이트 가입을 완료하자 평경장은 한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주소를 다시 알려주며 가입하고 기다리라고 말했다. 평경장은 “사흘 뒤에 이 사이트 잡담방에 새로운 빨간방 공지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평경장이 가입하라고 한 사이트는 온갖 성착취물과 사설 스포츠 토토가 함께 엮여 있던 성착취-불법도박 공생 사이트였다.

    갓갓과 박사처럼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며 피해 여성들에게 ‘인증 영상’을 찍도록 한 범행도 평경장에게서 비롯했다. <한겨레>는 평경장에게 신상이 털려 성착취 영상 촬영을 강요당했던 조진희(가명·21)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조씨는 “어느 날 트위터 계정이 해킹돼 누군가에게 사진이 도용됐다는 트위터 쪽지를 받았다. 그러면서 함께 보내준 링크를 눌렀다가 계정이 털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씨의 신상과 사진을 확보한 평경장은 조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평경장 인증’이라고 쓴 종이를 붙인 뒤, 몸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 다행히 조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에스엔에스 계정들을 탈퇴해 피해를 면했다.

    평경장의 수법도 야동엽이랑 같다. 평경장이 총판으로 일하는 불법도박 사이트에서 도박을 했었다는 20대 초반 문아무개씨는 <한겨레>와 만나 “평경장의 빨간방은 성착취물만 공유하는 방과 불법도박 픽을 주는 방, 더 악질적인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브이아이피방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며 “‘레어(희귀) 영상’에 대한 홍보가 계속되기 때문에 브이아이피방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브이아이피방에 가려면 ‘제보’라고 불리는 영상을 올리거나 불법도박 사이트 충전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평경장의 빨간방에는 브이아이피방에 입장하기 위해 남성들이 가족 중 여성들의 속옷 등을 촬영해 올린 영상 등이 함께 유통됐다. 평경장은 최근까지도 약 5만개의 성착취 자료를 구축했다고 홍보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야동엽이나 평경장 같은 이들의 지시로 10대 남성들이 등급을 올리기 위해 엄마를 불법촬영한다. 그러고는 도박 사이트에 가입해 돈을 착취당한다”며 “성착취 사이트 배후에 불법도박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수사기관이 모르지 않았을 텐데, 십수년째 사실상 상황을 방치해 10대와 20대들을 ‘괴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상황까지 몰고 왔다”고 말했다.


    김완 김민제 기자 funnybone@hani.co.kr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지지동반팀(02-2275-2201, digital_sc@hanmail.net),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 www.women1366.kr/stopds),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02-817-7959, hotline@cyber-lion.com), 십대여성인권센터(010-3232-1318, teen-up.com@hanmail.net)에서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02-312-8297)에서도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 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날짜: 2020.05.21

    출처: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5660.html

  • 첨부파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