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들의 성매매 피해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사각지대에서 방치상태로 양산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가출 청소년들의 사이버상 성매매는 법과 제도의 맹점 때문에 성매매 재생산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 배고픈데 아르바이트 못해…성매매로 빠지는 가출 청소년
성매매 피해 청소년이 몇명이나 되는 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경찰청이 지난해 단속한 아동·청소년 성매매 인원 5261명,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26개 성매매 피해자상담소를 통해 상담한 피해자
6557명중 19세 이하 청소년 363명 등이 공식적인 통계의 전부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경찰청에 신고된 만 9~19세 가출 청소년은 2만4753건이다.
여성가족부는 신고 자체가 안되는 청소년 가출의 특성상 실제 가출 청소년을 연간 22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이중 60%로 추산되는 여자 청소년들은 거리를
전전하며 먹고 잘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상당수가 결국 '조건 만남' 등 성매매에 빠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소년 성매매의 90%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사이버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생계 때문에 성매매에 빠졌던 10대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고나도 쉽게 굴레를 못 벗어난다는 점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성매매 최초 유입 연령은 점점 낮아져 10명 중 6명이 10대에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출한 아이들이 배고픔 때문에 성매매로 유입되지 않도록 근로를 할 수 있게 생계 보장 창구를 만들어 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행 법은 만 18세 미만 근로자는 부모와 후견인의 동의서가 없이는 편의점이나 일반 식당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66조는 18세 미만자를 고용할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와
친권자의 동의서, 친권자가 없을 경우 후견인의 동의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후견인은 민법 제 932조에 따라 가정법원이 선임한다.
동의서 없이 고용시 업주는 1차 80만원, 2차 150만원, 3차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 청소년 성매매, 제도 못 따라가는 '앱'으로 진화
가출 청소년들은 특히 최근 스마트폰이 확산되며 '앱'으로 진화하는 성매매 영업의 첫번째 타깃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성매매 통로가 되고 있지만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는 없는 상태다.
청소년 성매매는 지난해까지는 인터넷상에서의 성매매가 주를 이뤘으나 단속이 인터넷 사이트에 집중되고
사이트들이 유료로 전환되면서 올들어 주민등록번호 확인 등 규제장치가 없는 무료 모바일 채팅 앱으로 옮겨 왔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올해 지난 8월까지 실시한 앱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 방지 홍보 건수는
인터넷을 통한 홍보 4200건의 7배가 넘는 3만건에 달했다.
청소년들이 채팅을 통해 성매매 피해를 당하고 있는 앱은
'밤비', '하이데어(Hi there)', '컴얼롱', '1km', '즐톡', '앙톡', '이톡', '쉼톡', '이런데' 등이다.
성매매에 악용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은 수를 셀 수도 없다.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해 성매수자의 위치까지 파악해 가까운 곳에서
즉석 성매매가 이뤄지는 등 성매매 앱은 날로 진화한다.
각종 성매매 앱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제도는 뒤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해 9월 채팅과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채팅창에
성매매 경고문구 게시를 의무화하는 성매매방지법 개정을 추진했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지만 실제 법적용으로 이어질 여성가족부 장관의 시행령 고시는 연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아이들은 또 '하늘사랑', '세이클럽', '센스 갓', '컴팅', '토크온' 등 인터넷 채팅 사이트나 애인 대행 사이트,
각종 조건 만남 사이트 등을 통해서도 성매매 피해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인터넷 성인 인증을 매번에서 연 1회로 완화했다.
◆ 폭력 동반되는 청소년 성매매…전문상담소 한 곳도 없어
가출 청소년 성매매 과정에서 또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 90%가 구타와 폭행 등 각종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호소할 곳은 마땅치 않다.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전문 상담시설은 아직 단 1곳도 없는 상태다.
경찰청, 검찰청 성폭력전담팀은 성인 피해자들을 위주로 업무를 하다보니 보호자, 후견인을
필요로 하는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은 의료기관 진단서 발급,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에 있어 소외된다.
십대여성인권센터에 접수된 청소년 성매매 폭력 사건은 2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은 모두 15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전국 15개의 쉼터가 아니면
지방자치단체 소속 성인 쉼터에서 성인 여성 성매매 피해자와 함께 머물러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 성매매, 폭력 피해를 당해도 수사기관을 찾아가지 않는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청소년만을 위한 찾아가는 상담소가 절실하다"며
"청소년 성매매는 90%가 사이버상에서 이뤄지고 있어 피해 지원은 사이버 아웃리치(구호지원활동)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성매매방지법과 아동청소년보호법 등 관련 법이 다르고 성격과 성향, 지원 방법이 다른 청소년 피해자를
성인 대상 성매매 피해상담소에서 지원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 성매매 피해를 전담할 경찰의 전담 부서가 현재 없다"며 "성인 성매매 피해는
생활질서과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청소년 성매매 피해 문제는 형사과의 강력계 등에서 맡게 돼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이 수사시관을 기피하는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15개의 성매매 피해 청소년 쉼터는 수도 부족하지만, 각종 규율 때문에 아이들이 찾기를 꺼리고 있다.
전국 100여개에 달하는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는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위한 상담, 법률·의료 지원 서비스 등은 하지 않는다.
조 대표는 "청소년 성매매 피해가 가정폭력, 성폭력, 빈곤 등의 다양한 문제들에 원인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청, 미래창조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등 범부처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며 "현대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범람하는 불법·유해 정보와 콘텐츠에 대한 규제나
처벌, 단속, 예방, 교육, 피해자 보호 등을 다룰 수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범정부적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지은 기자
2014.09.24
출처: (서울=뉴스1) http://news1.kr/articles/?18728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