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내가 처음 반성매매 활동을 시작했던 때가 2005년 가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10년 안쪽이면 세상이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성매매방지법 시행 10주년 기념 토론회나 회의에 참석하며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난 후 성매매피해여성들이 법과 정책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이 성매매가 불법임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의 소리가 들린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청소년성매매 현장에서 일하며 바라보는 세상은 그 전보다 더 지독하고 못돼졌다.
정보가 없어,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돈이 필요해서... 각기 다른 이유들로 성매매 피해를 경험하게 되는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 답답한 것은 이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지원이 너무나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올해 서울위기청소년교육센터에서는 성매매피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지원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산 등의 문제로 교육센터 내에서 수용하기 힘든 지원들은 외부 프로젝트를 활용해서라도 채워보고자 했던 것이다. 많은 성과가 있었다. 1:1 심리상담에 참여한 내담자들이나 부모교육에 참여한 부모들이 매우 만족스러워하였고, 담당자들도 내담자들의 변화를 통해 그 성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사후적인 대책만으로 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모든 가치를 돈에 집중시키는 현실이 먼저 변화해야 하고, 개인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할 것 같다.
얼마 전 답답한 마음에 조진경 대표님께 이렇게 물었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뀔까요?” 나의 질문에 대표님은 “아니! 그런데 우리가 이 활동을 그만두는 순간,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할 거야. 더 나쁜 쪽으로..” 대표님의 대답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가 새삼 가슴 속에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아주 먼 것 같다. 그래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기까지 수고해주신 선배 활동가들이 계시고, 적은 임금에 영혼을 바쳐 일하는 동료 활동가들이 있기에 마음만은 든든하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