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성매매와 관련한 ‘나’의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성매매와 남성인 나는 항상 얽혀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살았고, 진지하게 고민하지도 않았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보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다. 그런데 계기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사건’이 발생했고, 이제껏 숨기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가 드러났다. 지극히 사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익명으로나마 공개하는 이유는 내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
노래방에 갔다. 어릴 적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1차와 2차로 술을 마시고 이어진 3차에서였다. 그런데 ‘그냥’ 노래만 부르는 곳이 아니었다. 그 노래방은 술도 팔고, ‘도우미’도 불러주는 곳이었다.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침묵했다. 며칠 후 모임 비용 정산을 위해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큰 금액이었다. 노래방이 주요 원인이었고, 후회가 막심했다. 나는 애인에게 노래방에 갔고, 그 자리에서 ‘도우미’를 불렀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애인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린 헤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애인과 다시 만나기 위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지 못했다. 애인의 적극적인 권고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성매매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이 문제를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성매매 관련 자료들을 읽으면서 나를 포함한 남성들은 왜 이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대부분 성을 구매하는 건 남성들인데 말이다.
성매매와 관련한 내 인생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군대를 가기 전 20대 초반부터 군대생활, 그리고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성매매와 일정부분 얽히지 않은 공간이 없었다. 남성들의 밤과 회식, 그리고 접대 ‘문화’에는 줄곧 노래방, 룸살롱, 안마방, 집창촌과 같은 성매매 업소가 뒤따랐다. 문제는 바로 남성들이 성을 구매하는 것이 이른바 ‘문화’처럼 일반화되었다는 것이다.
20대 초반, 이른바 ‘정육점’ 불빛에 서 있는 성판매 여성들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심정은 떨림과 흥분, 긴장, 그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경험한 20대 초반의 경험이 향후 성매매 업소의 출입과 본인의 태도를 결정하게 되는 이정표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모른 채 당연히 ‘남자’라면 거쳐야 하는 수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군입대를 앞둔 친구를 성매매 업소에 억지로 보내기도 했다.
군대 문화라는 게 남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입대 전이나 휴가를 나왔을 때의 여자들과의 성관계에 관한 ‘무용담’이 가장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되고, 함께 휴가 나온 군대 동기나 선배들과 성매매 업소에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로, 남성들 간의 유대감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여성 동료를 성추행하는 남자 선배에게는 입바른 소리를 하면서도, 직장동료들과 함께 성매매업소에 가기도 했다. 어찌 보면 모순되는 행동인데, 그때는 별다른 인식을 하지 못했다. 성매매업소에 같이 가자던 직장선배들의 논리도, 20대 초반 친구들의 논리도, 군대에서의 논리도 다르지 않았다. 남성들 간의 유대감이라는.
어떤 형태의 업소이든 간에 갔다 온 다음의 느낌은 허무함이었다. ‘내가 왜 또 그랬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처음 보는 여성에게 돈을 지불하고, 일방적인 서비스를 받고, 그들에게 약간의 연민을 느끼다가, 이내 거래가 종료되는 과정이 꼭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다시는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가도, 술 먹고 취하고 어울리다 보면 또 그 다짐을 잊고 다시 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 어렴풋이 여성주의를 접하고 나서야 성매매업소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노래방 ‘도우미’라는 게 만성화 되면서,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날 때에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성매매업소에는 가지 않더라도 그 차선책으로 노래방‘에라도’ 가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제대로 입장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그렇게 또 망설이다가 침묵하고 다시 성을 구매하게 된 것이다.
성매매 관련 글들을 읽고, 생각하고, 고민을 나누었지만, 나는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고, 정답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문제에 접근하는 데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성들이 성매매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익명으로나마 공개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혹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남성들에게 함께 고민을 나누자고 제안하고 싶다. 여성주의 언어가 아닌 나(남성)의 언어와 생각으로 성매매에 관한 대화를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성매매에 대해서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았던 나 자신,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남성들에게 보내는 고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