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성착취되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을 매일 만난다. 외롭고 학업 스트레스 에 시달리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 지친 아이들이 채팅을 통해 숨을 내쉬는 느낌이었다. IT 기술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아이들의 문화도 바뀌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인데, 이를 악용해 아이들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어른들이 문제다. 이 어른들을 아이들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었어야 했다. 스마트폰 채팅 어플이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채팅 사이트를 대체하던 2014년이 떠오른다.
가출한 채 오갈데가 없는 아이들이 PC방에서 온라인 채팅 사이트를 통해 아저씨들의 성매수 제안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는 온라인 채팅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이런 아이들을 발견했을 땐 사이트에 직접 말을 걸어 ‘우리가 데리러 갈테니 아저씨들과 채팅은 하지 말라’며 PC 방으로 아이들을 찾으러 갔다. 길에서 계절의 변화를 몇 번이나 겪었을지 모를 아이들이 갖고 있는 것이라곤 달랑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사 입히면서 그간 겪었던 이야기들을 들으며, ‘쉼터에 가자. 거기가면 밥도 맛있고, 좋은 선생님들도 계시다.’ 달래고 어르면 조금씩 맘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신나서 가방을 번쩍들어 함께 쉼터로 데려가는 상담원들의 가벼운 발걸음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주요 성착취 매개가 바뀌면서 우리들은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를 볼 수도 찾을 수도 없게 되었다.
완전한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사람이 대화중 나가면 그동안 나눈 모든 대화 내용이 삭제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대화의 휘발성, 거리가 표시되어 있어 어디를 가더라도 쉽고 빠르게 만남이 가능한 그야말로 성착취를 위한 최적화된 매개체였다. 아이들을 성착취에 이용하려는 성인들은 넘쳐나서 알선업자들도 돈을 벌기 위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성착취 사업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들어왔고, 처음에는 단순 채팅이 목적이었을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운영자들도 십대들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를 목적으로 한 성인들이 너무 많아 시간이 지나면서 아예 돈벌이를 위해 십대들을 의도적으로 유치하면서 성착취를 노골적으로 유인, 알선, 조장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운영하였다. 차라리 나도 그 현실을 몰랐더라면 ‘요즘 아이들 어떡하면 좋나, 돈 때문에 이제 아이들까지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으니, 세상이 어떻게 될려고 이러나’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일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대책을 세우기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방송 관계자들과 함께 ‘죽음을 부르는 채팅앱’이라는 시사프로그램도 제작하고, 대표적 어플리케이션 6개 운영자를 상대로 고소·고발도 진행했다. 실태조사도 하고, 토론회도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시사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문제가 된 어플리케이션의 인지도가 올라 광고비가 하루에 3천만원으로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고, 고소·고발 사건도 운영자가 특정되지 않아 수사조차 하지 않겠다는 경찰을 상대로 운영자까지 우리가 특정해서 이름과 주소지를 제출하면서 조사를 촉구했지만 결국 무혐의가 떨어졌다. 항고, 재항고, 재정신청까지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처벌할 법률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법률이라도 제정해야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법률이 없어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은 어플을 통해 성착취하는 그동안의 모든 행위를 계속해도 된다고 인정해주는 것일 뿐이다. 국회의원실과 어플리케이션 등 규제법률을 발의했지만 그것도 과잉규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개인정보보호에 위배된다하여 핵심적 규제내용은 다 빠졌다. 그렇게 발의된 법률도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표류하고 있다. 뭐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 2019년이 되면서 상황이 좀 변화되는 듯 싶었다. 구글 사에서 몇가지 어플을 퇴출시키고, 성인인증절차를 도입한 것이다. 구글 관계자를 만났더니 법률만 제정해주면 본인들은 그대로 지켰을 텐데 한국은 어플리케이션 때문에 그렇게 청소년 성매매 문제가 심각한데 왜 법률을 제정해주지 않느냐며, 기업은 법률 근거없이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어플 운영자들에게 근거없이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끼쳤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게 된다면서, 현재도 소송을 제기당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조차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법제정 전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데 왜 우리 정부나 국회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입법도 하지 않는걸까? 속이 답답했다.
2019년 6월 정신과 의사들의 심포지움에 와서 청소년 성매매 실태에 대해 얘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성매수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이 정신과를 찾는 수가 점점 늘어나는데, 의사들은 이 아이들을 피해자로 봐야하는지, 범죄 행위자로 봐야하는지 제대로 정리가 안되어 아이들을 어떤 관점에서 진료해야 할지 논쟁적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성착취의 주요 매개가 되면서 학교에서도 병원에서도 점점 어려지고 일반적이 되고 있는 청소년 성매매 문제에 대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가서 얘기를 했다. 구글사가 성인인증절차를 도입했더니 어플리케이션들이 국내 기업 3사가 야심차게 만든 ‘원스토어’로 모두 이동하여 여전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착취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곳 청중 중에 원스토어 관계자가 있었을 줄이야...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본인은 원스토어를 만든 국내 한 기업의 사회공헌팀에서 일하는 데 '강의를 듣고 깜짝놀랐다. 딸을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강사 말대로였다'면서, 구글사가 그렇게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면 원스토어에서도 성인인증절차를 도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관련 법률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너무 반갑고 놀라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은 현재 관련 법령이 없다는 대답 뿐이었다. 그도 그렇게 얘기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데, 법도 없는데, 우리가 법을 어긴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법률만 만들어 준다면 기업은 그대로 지키면 되는데, 왜 법률이 제정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단지 ‘그러게요’ 할 뿐이었다. 그런데 한 달정도 지난 후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원스토어’를 기반으로 한 채팅/소개팅 어플리케이션을 자체 전수 조사한 결과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 채팅/소개팅 어플리케이션 모두를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조정한다는 고지를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뻤다. 별 짓을 다해도 안되는 일이었는데, 심포지움에 가서 짧은 시간동안 간단하게 실태만 얘기했을 뿐인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성인인증절차가 도입되다니. 놀랍고 기뻐서 기업의 이러한 행태를 언론에 알리고 동네방네 소문내면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작용될 수 있기를 바랬다.
그것이 기화가 되어 내가 ‘청소년푸른성장 대상’을 수상하게 된 듯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한 일 중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이 없다. 그저 우리 사회의 관심이 멀어지지 않도록 시끄럽게 한 것이 내가 한 전부이다. 짧은 강의를 듣고 기업의 선제적 조치를 이끌어 낸 국내 기업 관계자의 놀라운 추진력이 칭찬받을 일이다. 시끄럽게는 했어도 변변한 긍정적 변화도 이끌어 내지 못한 나는 상을 받는다는 것이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지속적으로 시끄럽고 불편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의 성장에 기여를 하였다 하여 이 상을 받는다면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우리 사회를 더 시끄럽고 더 불편하게 만드는 일 일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