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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레터 25호)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2년을 함께 하며...
    등록일2021.04.29
    조회수643
  • 상담소 십대여성인권센터 S·N·S 유희진


    2019년 3월 8일, ‘여성의 날’이 나의 첫 출근 날이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기 전, 당시 나는 날이 추워 패딩을 입고 첫 출근을 했는데 추워서인지 떨리는 마음 때문인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잔뜩 긴장해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여기서 의미있는 사람이 되어 의미있는 일을 해낼 수 있길 기대했다. 그렇게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한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한지도 2년이 되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하기 전, 나는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해 주는 센터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2018년도 무렵 내가 여성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여성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의 가치관과 맞는 기관을 찾다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 하게 된 것이었다.


    과거의 나는 여성들에게 행해지는 수많은 성착취와 범죄, 차별이 만연한 한국사회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았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 하나 행한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센터에서는 내가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성착취를 근절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치열하게 싸워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나도 십대여성인권센터 일원으로서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렇게 내가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하는 2년 동안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성착취(성매매 등) 피해 아동·청소년이 온전한 ‘피해자’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고,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의 가장 큰 매개체였던 채팅 어플리케이션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어 성인이 아동을 성착취할 수 있는 구조에서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에는 온라인 그루밍 법안까지 통과되면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십대여성인권센터의 모든 구성원을 비롯한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나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이러한 변화들과 함께 2년 동안 나 자신도 많이 변화하고 성장했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센터의 모든 일들이 어려워 힘들게 느껴지고 아이 한 명을 상담하고 나면 온 몸에 기력이 다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혹은 내가 담당한 아이의 사건이 잘 풀리는 것 같지 않거나 걱정이 되는 상황들이 발생하면 퇴근하고 나서까지도 그 고민에 꿈을 꾸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이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믿어주지 못하고 내가 아이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만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위와 같은 잡념이나 고민을 내려놓기 위해 애썼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인생은 내가 바꾸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바꾸고 결정해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2년 동안 아이들을 만나오면서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탁구공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서 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들이다. 그러니 그 공들이 튀는 방향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잘못 튕겨 나가더라도 나는 늘 같은 자리에서 그 공의 가능성을 믿고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이 마음을 잃지 말고 아이들을 만나야겠다고 2년이 되는 시점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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